DFC 정국환 선교사님께 기도를 요청했다.

 

"과제가 되어야 제가 먹고 삽니다. 과제가 될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선교사님은 이렇게 기도해주셨다.

 

"주님,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합니다. 우리의 연약함 그대로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절차에 공정함을 더하여 주옵소서"

 

그렇다. 나는 많이 연약했다.

 

이 과제가 되지 않는다면 50만원으로 한달을 살아가야한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유치했다. 물질때문에 여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이게 도대체 뭐라고, 그러면서도 이 물질을 놓칠 수 없는 이런 상황.

 

그게 나의 연약함이였다. 돈에 대해서 자유로운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였다.

 

그런데 선교사님의 기도가 내 맘을 울렸다.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합니다"

 

나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본 그런 기도.. 나는 연약했다.

 

주님.. 나의 연약함을 인정합니다. 나는 내가 강한 줄 알았는데 아니였습니다. 나의 모든 사정들, 나의 모든 마음들을 아시오니, 주여 나를 도와주소서,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오니, 날 도와주소서.

할아버지 모습

돌아가신 할아버지 얼굴을 사진으로 처음으로 보았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누가 봐도 무서운 사람이었다. 

기로 사람을 누른다는 게 이런 사람한테 쓰이는 말일까, 사진으로 넘어오는 할아버지의 포스는 남달랐다.

 

아이러니한 건 할머니의 평가로는 자식들 중에 외향적인 모습으로 할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 우리 아빠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의 첫인상을 보면서 종종 무서웠다는 말을 듣곤 했지만 우리 아빠라서 그런지 이제까지는 공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난 후, 아빠의 얼굴을 보니 아빠는 무서운 얼굴이 맞다. 처음으로 공감해봤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아버지는 사실 무서운 인상이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할머니를 모시고 식사한 자리에서 할머니를 통해 할아버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할아버지의 성품은 곧으셨다고 하고, 머리는 매우 똑똑하며, 검소하였고, 힘이 세서 싸움을 하면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았다고 한다. 남들에게는 의리를 지키며, 선을 베풀었다고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가정폭력가였다. 할아버지는 부인들과 아들들에게는 함부로 대했다. 이전에도 들었었지만 아빠가 당한 폭력은 감히 상상조차 못 한다.

교회 간다고 때렸고, 어린 아버지를 혁대로 목을 졸라서 천장에 매달아놓기도 하셨다고 한다.

익히 할아버지가 자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부인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던 할아버지를 할머니를 통해 처음 들어봤다. 

우리 할머니는 여자의 인생을 할아버지에 의해 유린당하셨다고 한다. 원치 않으신 결혼이었고, 할아버지한테 폭력을 당하면서도, 자식들 때문에 도망가지도 못했다고... 그리고,  폭력으로 인해 몇 번의 유산을 경험하셨다고 한다.

 

예전에 아버지의 대리운전을 부탁하여 내가 운전을 하고 있었을 때, 옆자리에서 취한 아버지가 하신 말이 기억난다.

"20살 때 아빠의 소원은 할아버지가 죽는 게 소원이었어"

이 말에 운전하면서 눈물이 그렇게 났었는데, 할머니가 하신 말로 인해서 아버지의 심정이 더 실감이 났다. 얼마나 할아버지에 대해서 분노하셨을까.

 

할머니의 말을 이어가며 아버지는 나에게 말하셨다.

 

"내 밑으로도 동생들이 더 있을 수도 있었지, 그리고 어쩌면 나도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어"

 

종종 아버지께서는 자신은 실수로 태어났다고 말하긴 하셨다. 그리곤 곧장 이 말을 뒤에 이어 붙이셨다.

 

"그게 하나님의 은혜야, 할머니를 통해 내가 태어나고, 규성이 보은이 준수가 태어나서, 하나님 믿을 수 있었잖니"

 

하나님의 은혜로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말에 아버지의 삶이 대단해 보였다.

 

보통 아버지가 폭력적이면, 다음 자식들도 폭력적일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손지검 비슷한 것을 한 번도 행사한 적이 없으며, 욕설조차 나에게 사용해 본 적이 없다.

항상 "규성아 힘내", "규성아 사랑해", 용기를 북돋아 주실 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대단하다. 대단한 삶을 살고 계셨던 것이다.

 

동시에 나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경험하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하나님이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날 사랑하셨다고.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이 말이 이젠 나의 경험이 되었다.

 

하나님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날 사랑하시어서, 아버지를 유산으로부터 보호하셨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나게 하사 나를 낳으셨다. 그렇게 하나님은 세밀한 계획 가운데 역사하셨다. 나를 사랑하시려고, 그리고 나를 통해 영광 받으시는 것을 기뻐하시려 나를 향한 계획을 세우시고, 나를 보호하시고, 지금도 역사하고 계신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내가 하나님 백성이란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날 사랑하신 하나님... 그 말이 내 것이 되니, 이 감격을 주체할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인데,  할머니가 믿어왔던 하나님, 아버지가 믿어왔던 하나님, 어머니가 믿어왔던 하나님. 그 하나님을 내가 믿고 있는 게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어떠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부모님으로부터 믿음을 전수받는다는 것은, 사실은 대단한 거였다.

믿음의 가정에서 물려받는 신앙. 그건 어떠한 유산보다도 가치 있는 거였다.

 

옛날부터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에 소망이 있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서 더 갈급해졌다.

물려받은 이 믿음 잘 간직하여, 발전시켜서, 꼭 내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고 싶다. 내 자식이 하나님의 감격을 누리며 사는 삶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내 다음 세대에게 이 말에 나의 진심을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하나님은 너를 태어나기 전부터 사랑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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